오늘은 저에겐 조금 어려웠던 도전이었던 비생산성 루틴에 대한 도전이야기 입니다.
“비생산적인 시간은 낭비일까?”
이 질문은 몇 달 전 내 삶을 바꾼 의문이었습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고, 성과를 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을 했는지를 떠올리며 안도하거나 자책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탈진했고, 삶에서 어떤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정반대의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간의 비생산성 루틴’ 실험. 말 그대로 아무런 쓸모도 없고, 목표도 없고, 결과도 요구하지 않는 루틴을 매일 일정 시간 실천해보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거 같아 불안감이 느껴져 조금은 어려웠던 도전이었습니다.
1. 실험의 조건: 일부러 ‘쓸모없는 일’ 하기
실험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하루 최소 30분, 생산성과 무관한 행동 하기
의도적으로 결과를 기대하지 않기
공유하지 않고, 기록만 남기기
실험 중 내가 한 행동들
손뜨개 뜨기
퍼즐맞추기
레고 조립하기 (설명서 없이 마음대로)
거품 목욕하며 물장난하기
낙서하듯 글쓰기
아무 의미 없는 종이접기
어플 속 가상 정원 돌보기
이것들은 아무런 목표도 없고, 나의 성장과도 관련 없으며, 타인의 평가 대상도 아닌 것들입니다.
2. 비생산성의 역설 – 마음의 공간이 생기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이 시간에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어야 하지 않나?”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3일쯤 지나자 변화가 찾아왔어요.
비생산적인 루틴은 내게 ‘안전한 쉼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잘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 완전히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그 결과,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면서 평소라면 복잡한 생각들로 어수선한 시간이 차분해졌고,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레고 조립을 할 땐, 몰입이 극대화되어 ‘심리적 플로우’ 상태를 경험하기도 헸어요. 쓸모없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답게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3. 삶의 균형을 되찾다 – 생산성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 실험은 나의 ‘생산성 중독’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동안 나는 결과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성과가 없는 시간은 무가치하다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가치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제 감정의 회복을 도왔고, 번아웃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30분, 비생산적인 루틴을 실천하고 있어요. 이 시간은 제게 ‘기능’이 아닌 ‘존재’로서의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무의미한 시간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놀랍기만 합니다.
4. 비생산적 활동 추천 리스트
퍼즐 맞추기
손뜨개, 바느질, 수놓기
종이비행기 접기
오르골 감상
키덜트 장난감 가지고 놀기
가상의 생물 키우기 (타마고치류 앱)
아무거나 그리기 (추상화)
음악 틀어놓고 멍 때리기
이 활동들의 공통점은 ‘쓸모없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바로 그 쓸모없음이, 우리 삶에 여유와 여백을 만들어줍니다.
비생산적인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저에겐 가장 인간적인 시간을 돌려주었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때로는 ‘의미 없음’이 진짜 의미를 만드는듯 합니다. 오늘 하루, 아무 쓸모없는 일을 해보세요. 그 순간, 삶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5. 실험 전후 변화 기록 – 감정, 집중력, 관계의 질
실험 이전의 저는 항상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했어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쉴 때조차 머릿속은 다음 할 일을 계산하고 있었지요. 그 결과는 명백했어요. – 만성 피로, 감정 둔화, 그리고 주변 인간관계에서의 단절감.
실험 후엔 의도적으로 멍 때리는 시간, 아무 목적 없이 노는 시간들을 보냈고, 점점 ‘충전’의 개념이 몸에 스며들었어요. 집중력은 짧고 굵어졌으며, 휴식의 질이 좋아졌어요.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이전보다 훨씬 여유 있고 진심 어린 태도로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함께 있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6. 심리학적으로 본 ‘쓸모없음’의 가치
심리학자 윈니콧(D.W. Winnicott)은 “창조적 삶은 오히려 놀이와 같은 무목적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놀이가 상상력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듯, 어른이 되어서도 의미 없는 시간은 자기 회복의 공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게으름의 철학'을 주장한 피에르 쌍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바쁜 삶이 오히려 인간적인 가치를 파괴한다고 말했어요. 내가 느낀 것도 그것과 닮아 있는듯 합니다. – ‘쉼’이 있어야 나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진실.
7. 당신도 실험해보라 – 비생산성 루틴 도전 가이드
① 하루 15~30분, 정해진 시간 확보
② 무조건 즐거운 일, 의미 없는 행동 고르기
③ 휴대폰, SNS 차단하고 몰입하기
④ 완료 후 감정 체크만 기록 (성과 없음 강조)
⑤ 최소 7일 이상 반복하기
중요한 건 ‘쓸모 없음’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우리 뇌는 새로운 루틴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일주일 정도는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곧 느낄 수 있을겁니다. – 아무 쓸모없는 시간이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바꾸는지를.
인생은 성과의 합이 아닙니다. 삶의 질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진심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삶에 쓸모없는 시간을 선물해보세요! 그것이 가장 깊은 쉼이고, 진짜 회복이 될 것입니다.
에필로그 – 의미 없는 것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아이처럼 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른이 된 우리는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실험이 끝난 지금, 나는 안다. 못해도 괜찮고, 쓸모없어도 되는 공간이 내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삶은 언제나 ‘더 나아지기 위한 여정’이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가끔 멈추어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도 좋다고 느낀다. 그 안에서 흐르는 감정, 작은 기쁨, 한숨과 미소가 모두 진짜 내 삶의 일부다.
쓸모없는 시간은 쓸모없지 않았다. 그것은 내게 ‘살아 있음’을 가르쳐주었다.